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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쁜 부자들 (부자들의 99%는 나쁘다), 안재만 저, 참돌

송양호 2022. 4. 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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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쁜 부자들 (부자들의 99%는 나쁘다), 안재만 저, 참돌

 

<머리말> "착한 부자는 없다"

"너 정말 착하구나!"

이 말이 더는 칭찬이 아니게 된 지는 꽤 오래됐다.

바삐 사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순진하고 굼뜬 것, 그리고 착한 것은 중죄 그 자체다.

오죽하면 '나쁜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을까.

피해야 할 결혼 상대 1순위가 효자라는 것도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다.

너무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에, 남을 등쳐 먹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나쁜 부자', 참 매력적인 키워드다.

필자는 수년간 코스닥 시장을 취재하며 좁게는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코스닥기업 오너, 교수, 의사, 정치인, 넓게는 대기업과 재벌 등 이른바 '가진 자'들이 일반 서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봐왔다.

그중에는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 있고, 법이 미비해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간 사건들이 있다.

아니면 그들이 가진 힘으로 이 땅의 도덕과 질서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

특히 자수성가한 나쁜 부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대체로 감이 빠르고, 신속하며 이기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냥 이기적이기만 하면 오래 버티질 못한다.

이기적이되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거나, 고개 숙여야 할 땐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먼저 허리를 굽히는 것이 그들이다.

한 나쁜 부자는 필자에게 "서른 살 어린 사람에게도 허리를 90도 굽힐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랫사람에게 항상 존대를 하고 예의 바른 자세를 취하며 그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사업 마인드도 남달랐다.

섹스, 도박 등 일반인들이 재밌어하는 영역을 건드려야 한다는 사업가가 많았고, 제삼자의 위치에서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이제 슬슬 빠져나가야 할 때다, 혹은 사업을 키워야 할 때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잘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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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쪽~39쪽>

:: 평등주의가 강한 한국

한 사회학자는 필자에게 재미있는 의견을 들려줬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가깝고, 자본주의인 한국이 오히려 공산주의에 가까운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평등의식이 강한 나라라 내가 남들보다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큰 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설, 추석 등 명절을 없애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모두 농사를 지으며 살 때는 재력 차이가 크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자본주의가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생활 격차가 많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명절이 가족 간의 갈등만 낳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여하튼 한국 국민은 전 세계적으로 유독 "남들보다 못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도덕불감증이 고개를 든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백 열풍 등도 이에 파생됐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쟤도 있는데 나는 왜?"라는 생각에 명품업체들이 큰돈을 번다는 해석이다.

반면 중국사람들은 재력에 대한 불만이 별로 없는 편이란다.

공산당이 정권을 잡기 전까지 오랜 기간 상업국가로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렇다나,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저렇게 빠르게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그렇다면 왜?

그렇다면 왜, 한국은 평등의식이 강할까?

일단 독자들이 조선이란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부터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조선이란 나라는 동시대의 나라 중에서 가장 잘 사는 편이었다.

한 인류학자는 "그 당시 전 세계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인구비율이 30% 이상인 반면, 조선은 10% 미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주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대국이라고 칭했던 중국보다 식량보급률이 훨씬 더 높았다.

다들 엇비슷하게 살다 보니 뼛속 깊이 평등의식이 자리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소설가 이우혁 씨도 자신의 책 《왜란종결자》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한국은 소작농이 가져가는 비율이 50% 정도로 중국(30%) 보다 훨씬 높았고, 흉년에 대비하는 환곡 등 구휼제도가 마련돼 있어 굶는 농민의 비율이 낮았다고 강조했다.

병을 공짜로 치료해주는 혜민서, 풍속을 단속하는 향약, 출판문화, 우편제도 등 역시 서방국가보다 우수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앞에서 얘기한 사회학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사실 추석, 설 같은 명절문화는 자리 잡히기가 어려운 이색적인 문화다.

서로 경제사정이 다 다르니까, 외국에서도 모두 모아놓으면 서로 마음이 편하질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명절문화가 가장 잘 뿌리내려져 있다. 중국도 긴 명절문화를 가지고 있기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비교적 잡음이 많았던 것 같다.

이랬던 한국이기에 전후 급격한 경제력 차이가 불편한 것이다."

:: 법이 느슨한 것도 '돈이면 장땡' 사회 분위기 키워

물론 이런 점들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한국이 평등주의가 강한 문화권이고, 전쟁이 끝난 뒤 성급하게 자본주의를 들여와 부작용이 속출한다고 할지라도, 이것 하나 때문에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리는 없다.

큰 문제 중 하나는 법의 집행이다.

한국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 달리 법이 잘 정비돼 있는 나라다.

이미 수백 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뒤 쌓아 올린 선진국의 법을 근간으로 한국의 법을 만든 덕분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에 있다.

2002년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이 대규모 분식회계에 휘말렸을 때, 엔론이 파산한 것은 물론이고 당시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이 24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5월 현재, 제프리 스킬링의 형이 10년 정도 감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S그룹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일으켰지만, 회사가 해체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도 떵떵거리며 여전히 잘 살고 있다.

당시 CEO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사면됐고, 그룹의 재무책임자들도 여전히 고위직에 머물러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 비아냥대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전례들이 지금의 '나쁜 부자들'을 만들고 있다.

걸려봐야 큰 벌을 받지 않으니 탈세나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지하경제는 쑥쑥 크고 있다.

그에 빌붙어 먹는 '잔챙이' 나쁜 부자들도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기는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바로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그 예다.

박근혜 정부가 전쟁을 선포한 지하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왜 지하경제를 표적으로 잡았는지는 다음 편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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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쪽~60쪽>

:: 주구장창 "억울하다"는 그들

독자 중에서도 손해배상을 놓고 상장기업의 오너, 자산가들과 법정 다툼을 벌여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꽤 흔하게 진행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돈이 많은 그들인데도, 조금의 손해도 보기 싫어한다.

소액주주들의 손해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다.

한 유명 병원장 Y 씨는 코스닥 상장사 C사의 주가조작, 횡령사건과 관련돼 있다.

그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사고가 터진 뒤 계속해서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는 분식회계와 관련된 형사재판에서도 줄곧 '나도 피해자다. 억울하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가 한때 최대 주주였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분식회계 내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관련자와의 이메일에서 풍긴 적이 있다.

당연히 억울하다는 그의 말을 소액주주들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Y 씨는 필자에게 이렇게 해명한 바 있다.

"의사는 주식투자 못 하냐? 이것 때문에 몇 년간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돈 잃어 억울해 죽겠는데 왜 이러냐"라고 말이다.

하지만 Y 씨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는 분명히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샀고, 상당수의 개인투자자가 그의 이름을 믿고 주식을 따라서 샀다는 점 말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홍보할 땐 자신의 이력을 한껏 강조하다가 모든 것이 끝나니 단순한 주식투자였을 뿐이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을사오적 송병준의 증손자이자 전 여당 대표의 사위인 공모 씨.

그는 2011년 한 코스닥기업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2월 구속됐다.

그는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5명을 고용해 주가를 조작했고, 주가조작 목적은 코스닥기업 C사의 유상증자 성공이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유상증자가 실패할 것 같아서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였다.

말 그대로 소액주주들의 돈을 가로채려고 일을 꾸민 것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큰손 투자자들은 법정에서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소액주주들의 소액을 떼먹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모의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그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어이없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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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쪽~111쪽>

:: 왜 재벌은 건설, 해운사를 꼭 가지려 할까?

2013년 현재, 괜히 건설사를 인수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도리어 금호 렌터카, 금호생명, 금호석유화학 등을 떼야했고,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했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더불어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웅진싱크빅, 웅진폴리실리콘, 서울 저축은행 등을 매각하거나 매각 추진 혹은 망했다.

효성그룹도 진흥기업을 인수했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때문에, 한라그룹은 한라건설 때문에 골치다.

왜 대기업 오너들은 건설사를 꼭 가지려 하는 것일까?

이는 오랜 과거 때문이다. 

과거부터 건설사 해운(해상운송)사대기업의 비자금 창출, 분식 회계에 많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라면 건설사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 인식이 알게 모르게 지금 현재의 오너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회사이름이 박힌 아파트들을 보며 뿌듯해한다고들 하는데, 그건 다 덧붙인 얘기들이죠.

IMF 이전에는 건설사가 없는 그룹은 진짜 그룹이 아니었습니다. 분식회계가 어려웠으니까요."

그럼 건설사, 해운사는 어떻게 분식회계에 동원됐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 건설사, 이렇게 돈 빼돌린다

한 유명 건설사에서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A 씨는 비자금 조성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건설사는 건물을 시공할 때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았어요.

10명의 일용직 근로자를 데리고 일을 한다고 치면, 최대 100명이라고 허위 보고하고 그랬죠.

심지어 일용직근로자를 관리하는 십장(10명의 근로자를 둔 관리자)이 15명으로 보고하고, 다시 그 위의 사람이 부풀려서 허위 보고하면서 마지막에는 실제 인원보다 10배, 100배 보고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중간관리자들까지 죄다 회삿돈을 빼돌린 셈이죠.

1970~1980년대에는 100억 원대 돈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티가 나지 않느냐고도 물었다.

"사측도 다 알지만 넘어갑니다. 간혹 심하다 싶으면 자르는 일은 있었죠.

하지만 어쨌든 기업 입장에서도 그런 경우엔 비용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저가 자재를 써서 건물이 무너지고, 심지어 인명사고까지 터졌던 건 그래서 나온 암흑의 역사입니다.

어찌 됐든 한국인은 확실히 1인당 생산성이 높았어요.

10명의 근로자가 외국인 20~30명 몫은 가뿐히 해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티가 덜 났었다고 해요."

건설사 외에도 인부를 고용하는 업종은 대부분 비자금 창출에 동원됐다.

근무시간이 일정하고 계약기간을 맺고 종속되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사는 인부들이 그날그날 일하는 이가 달랐고, 언제라도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유독 비자금 조성에 많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 분식회계엔 해운사가 최고
 
현금 빼돌리기에 가장 유리한 것이 건설사였다면, 해운사는 분식회계에 많이 동원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운사의 선박은 전 세계 어딘가를 누비는 중이다.

대서양일 수도, 태평양일 수도 있다. 회계담당자는 그 배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선적된 물품 또한 마찬가지다.

유럽의 어느 항구에서 배가 물건을 싣고 출항했다고 하자.

1억 달러의 물품을 구매했다고 하면 본사에선 1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1억 달러의 물품은 배에 실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1억 달러의 물품이 없고, 심지어 선박조차 없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추후 회계사가

"배가 한국에 들어왔습니까?"라고 물어도,

"그 물품은 해외 수출용이라 지금 미국으로 가고 있다",

"그 배가 실어온 물건은 다 팔렸다. 그런데 2억 달러어치의 물품을 사기 위해 다시 유럽으로 보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면 됐다고 한다.

과거 IMF 그리고 이전에도 적지 않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런 식으로 분식회계를 하다가 자금난이 불거지며 망했다.

한 꺼풀 두 꺼풀 벗겨보니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안 될 정도라, 어떤 기업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망했다.

시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는데, 재무제표조차 믿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 유명 그림을 이용한 횡령 법

2013년 5월 현재,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탈세, 주가조작, 횡령 등의 혐의 속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유명 그림의 모조품을 만들어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법원 판결이 안 나왔으니 혐의일 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빌럼데 쿠닝, 알렉산더 칼더, 마크 로스코 등 1점에 60~100억 원을 호가하는 이들 작가의 작품을 34점이나 사들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회장이 해외에서 매수한 이 그림을 한국에 들여오지 않고, 위작을 만든 다음 위작을 들여오는 식으로 해외에서 자산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 의혹은 전 재무 2 팀장 이모 씨가 이 회장에게 복직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실 유명 그림의 모조 여부는 일반인은커녕 전문가들도 거의 가려내지 못한다.

해외의 모네나 반 고흐, 국내의 박수근 화백 작품 등 그만큼 진품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당연히 돈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산을 숨기는 방식으로 악용될 것이다.

사건을 재벌가나 자산가들이 몰래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우연히 사회에 알려졌을 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지금의 대기업 분식회계는?

지금도 대기업은 분식회계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무식한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일단 지금은 건설사에서 임금을 지급할 때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계좌이체로 준다고 한다.

그리고 명부도 꽤나 꼼꼼히 관리한다.

과거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 60~70대 노인들,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마구잡이로 등록돼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근로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운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항해 중인 선박이라도 연락이 다 되는 시대다.

거짓말로 회계사를 속일 수는 없다.

다른 업종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전히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는 분식회계가 자행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A전자라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올해 컴퓨터를 1,000만 대 정도 생산했는데 100만 대도 못 팔았다. 900만 대를 전부 재고로 잡아놓으면 재무구조가 악화된다.

이 경우 A전자는 해외의 관계회사, 즉 A전자 차이나나 A전자 아메리카에 재고를 전부 팔아치운다.

그러면 A전자의 재무제표엔 1,000만 대를 모두 판 것으로 집계된다.

손실은 다 해외법인이 짊어지게 된다.

이런 식의 회계 꾸미기는 2013년 현재에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며 이 같은 재고 떠넘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국제회계기준 아래에서는 연결재무제표라는 것을 작성하는데, 이 경우엔 실제로 그룹 외의 기업에 팔아야만 매출로 인식된다),

아직도 편법으로 재무제표를 예쁘게(?) 꾸미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의 사례를 하나 소개해볼까?

2013년 4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은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린다.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소동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생산하는 셀트리온은 2012년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판매법인인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대상으로 3299억 9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총매출액의 94.6%에 달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매출이 관계회사를 상대로 발생한 셈이다.

바로 위에 언급한 것처럼 관계사에 제품을 팔아 수익을 올렸던 사례다.

하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엄격히 말하면 '남남'이다.

지분관계로 맺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최종 지배자는 회장 서모 씨지만, 두 회사 간에는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넘겨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재고로 쌓아두고 있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심지어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 338억 원마저 대부분 또 다른 관계회사 셀트리온제약에 판매해서 발생했다.

제품이 돌고 도는 셈이며, 다른 관계회사들이 상장사인 셀트리온의 실적을 좋아 보이게 하기 위해 동원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회계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셀트리온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매출이 제로(0)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고 지분구조를 설정한 것 같다"라고 평했다.

셀트리온은 이 논란 속에 2013년 4월 주가가 5만 원대에서 한때 2만 원대 중반까지 밀리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셀트리온은 2008년 우회상장(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상장)했는데, 우회상장 이후로 이 같은 논란은 5년 가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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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쪽~221쪽>

:: 유사 휘발유는 정말 차에 나쁠까?

필자의 한 지인은 수입차를 끌고 있음에도 세녹스라고 불리는 유사 휘발유를 주유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가격이 싸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녹스 넣어도 차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오히려 더 잘 돌아가. 정부에서 세녹스를 막는 건 그냥 세금 때문인 것 아냐?"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 개발 파트에 있는 한 지인도 이런 말을 했었다.

"세녹스라고 차가 망가지는 건 아니야. 오히려 '세녹스를 넣으면 차가 파손되게끔' 개발하라고 할 정도지. 지금 나오는 차들은 모르지만, 예전 차는 아무 상관없어."

:: 세녹스가 휘발유보다 낫다는 얘기도 많아
 
통상 유사 휘발유휘발유보다 30~50% 싼 가격에 거래된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면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 많이 단속되기는 했는데, 아직도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유사 휘발유가 판매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세녹스가 차에 나쁜 것이 아닐까?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독자들은 이 내용에 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그런데 예상외로 세녹스가 차에 나쁘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일단 한국에서 유통되는 유사 휘발유의 세계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정부의 단속을 받지 않으니 워낙 사업자마다 제각각이라서 말이다.

유사 휘발유는 신너, 세녹스, LG파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제품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일단 정품 세녹스라고 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보다 더 깨끗하다는 의견이 있다.

차에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세녹스가 휘발유보다 좋다는 건 100% 사실"이라며 필자에게 동의를 강요(?)하곤 했다.

하지만 정품 세녹스는 한국에선 불법이다.

세녹스는 2003년 한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제조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일본에서 '가이아'라는 브랜드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프리플 라이트'라고도 불리는 세녹스는 일본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원료 중 하나다.

왜 이 나라들에선 되고, 한국에선 안 되는가?

일단 정유업체의 로비가 있었다.

지금도 정유업계는 정유협회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나 유사 휘발유가 유통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유사 휘발유는 어떤 것인가?

필자보다 전문가가 많을 것 같아 저어되기는 하지만, 아는 대로 설명하자면 지금 한국에서 팔리는 유사 휘발유는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 을 적당히 섞어 휘발유와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조된 신너의 혼합물이다.

사실 이것이라고 해도 제대로 만들어 주유한다면 차량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솔벤트나 톨루엔의 단가다.

이 원료의 가격은 워낙 비싼 편이라, 메탄올을 평균치보다 더 많이 넣는 경우가 유사 휘발유 제조자들 사이에 만연한 편이다.

당연히 비율이 달라지면 차의 손상 속도가 빨라진다.

결론을 말하자면, 유사 휘발유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워낙 질 나쁜 유사 휘발유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 정부는 왜 막았을까?

그렇다면 왜 정부는 유사 휘발유를 표적으로 하고 있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가장 '착한 이유'를 대자면 일단 유사 휘발유 때문에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막말로 고속도로에서 차가 퍼지면 큰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세금이다.

정유사의 주장을 정부가 적극 받아들인 이유는 정유사를 통해 얻는 유류세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세녹스엔 과연 어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해야 할지, 정부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지하경제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하긴 했지만, 각국의 지하경제를 추산할 때 가장 흔히 따지는 기법이 바로 '기름이 얼마나 사용됐느냐'다.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경제활동은 없다.

매출이 거의 없는 사업장에서 매일 밤 기름과 전기가 소비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사업장은 매출이 적다는 것이 '뻥'이다.

2013년 2월, 국세청은 가짜 석유를 제조, 판매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6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형환 국세청 조사 2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가짜석유 유통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준비해왔다. 금융정보 분석원(FIU)의 자료를 참조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세무조사 대상이 된 66명은 유류세가 부과되지 않는 신너, 솔벤트 등 가짜 석유 원료를 자료 없이 매입해 가짜 석유를 만든 제조업체 대표와 이들에게 원료를 제공한 도매상, 가짜 석유를 사들여 정상 제품인 것처럼 판매한 주유소 주인 등이 포함됐다."

과연 유사 휘발유는 잡히고, 나아가 지하경제도 잡힐 것인지.

필자 생각으로도 지금 유사 휘발유에 짝퉁이 만연돼 있다면 잡는 것이 맞을듯 싶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니까. 정부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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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쪽~255쪽>

:: 명함을 두 개 이상 판다

2012년 1월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 중에 《미생》이라는 작품(윤태호 작)이 있다.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주인공이 끝내 꿈을 포기하고 원인터내셔널이라는 대기업 상사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이후 겪는 사건사고가 기본 줄거리다.

이 웹툰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다.

1억 200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켰을 정도로 유능한 직장인이었다가 한순간에 횡령꾼으로 급전직하하는 박종식 과장이다.

박 과장은 요르단의 한 업체와 1억 2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키고 진급까지 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시시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대규모 계약의 과실이 윗사람들에게만 떨어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때문인지 뒷돈에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박 과장은 가족 명의로 요르단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와만 계약하며 회사 자산을 횡령한다.

그는 대형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세상 참 쉽다"는 말을 읊조린다.

박 과장은 원인터내셔널의 과장인 동시에 ICB컴퍼니의 이사 '제임스 박'이었다. 명함이 두 장인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박 과장은 과연 창조된 인물일까?

사실 상사업체에는 비슷한 사건이 예전부터 많았었다.

무역거래가 주 업무다 보니, 해외의 유령회사들을 꼼꼼히 관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상사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필자는 취재 과정에서 '명함이 두장 이상인' 나쁜 부자들을 여러 명 봤다.

:: 갑을관계 명확한 업종, '투잡' 뛰는 이 많아

한 중소형 연예기획사의 회계사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기자님, 요즘엔 방송사들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대부분 외주(외부제작)로 주지요?

그에 따른 혜택은 누가 누릴까요? 시청자들일까요? 천만에. PD들입니다.

PD들이 외주제작사와 짜고 방송국 돈을 횡령하고 있어요.

당최 왜 외주제작 시스템이 도입됐는지를 모르겠습니다.

PD들은 명함이 두 장이에요.

방송국 명함 그리고 외주제작사의 비공식 임원 명함."

외주제작 시스템은 지난 1991년에 도입됐는데, 도입 목적은 외부의 제작업체로 하여금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게 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또 시간과 비용절감 등의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외주제작 시스템이 대세가 되면서 부실한 제작업체가 출연료를 주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방송국이 '슈퍼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외주제작사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도 다양한 사고를 낳게 한다.

앞서 언급한 일부 '투잡'을 뛰는 PD들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갑을관계가 명확한 업종은 대체로 이런 식의 구조가 짜여 있다.

사실, 팽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한 대기업은 퇴직한 임원들이 계열사 임원, 하청업체 임원으로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기업이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한 이유가 '임원들의 일자리 만들어주기였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하청업체도 알아서 임원을 모셔가곤 한다. 가끔 '두 집 살림'을 하는 임원도 있는데, 다들 사정은 알면서도 쉬쉬한다.

《미생》에 등장하는 박 과장 못지않은 인물이 차고 넘치는 것이다.

:: 합법적인 범주 안에서도 떠올릴 아이디어 많아

사실 이 파트를 쓰면서 '괜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들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앞의 사례처럼 뒷돈을 챙길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성실히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훨씬 많으니까 말이다.

이들에게는 괜히 이 내용이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쨌든, 합법적인 범주 내에서도 어느 정도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의 사례 외 비슷하면서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까 하는 얘기다.

필자가 아는 한 대기업 홍보실 직원은 서울 모처에 주점을 한 곳 운영하고 있다.

1차가 끝나면 이 홍보실 직원은 이 주점으로 기자들을 안내한다.

자신은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 좋고,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다

(당연히 이 직원은 법인카드로 결제할 땐 비용을 깎아준다. 자신도 회사에 할 말이 있어야 하니까).

과거 IT버블이 극심했던 때에는 룸살롱이 장사가 잘되자 코스닥기업들이 아예 룸살롱을 인수하는 일이 많았다.

접대해야 하는 정부 인사를 데리고 자신의 룸살롱으로 가면 기업이익이 늘어 좋고, 자금세탁도 가능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몇몇 기업은 알게 모르게 룸살롱 등 술집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하고 있으니, 비슷하면서도 긍정적인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이른바 '저걸 내가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창업해 대박이 난 경우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대기업 근무 때 '이런 식으로 하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경우다.

이 오너는 기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다가, 자신의 회사를 1,000억 원 이상의 가격에 팔았다.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행한 큐비 하우스 이발소도 비슷하게 탄생했다.

일본에선 저렴한 편인 1만 엔의 가격에 10분 안에 머리를 깎아주는 이 서비스는, 창업자가 손쉽게 머리를 깎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다가 아예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경우다.

사실 회사를 창업해 성공한 이 중에서는 이런 식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창업하겠다고 결심하는 이는 별로 없다.

직장생활 중, 무엇 하나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이 이것을 개선할 자신이 있어서 사표를 내던지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사무용품 관련 회사들의 창업과정도 이렇다.

직장생활 중인 독자들도 지금 주변을 돌아보라.

무의식 중에 자신이 어느 것 때문에 불편한지를 생각해보면 창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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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쪽~269쪽>

:: 일감 몰아주기? 나쁜 부자는 옛날부터 했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강하게 단속하는 것 중 하나가 '일감 몰아주기'다.

삼성전자가 사옥을 세울 때 삼성물산(삼성건설)에 맡기고, 구내식당을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게 하며, 외부 보안은 에스원이 맡고, 삼성전자 제품 광고는 제일기획이 만드는 것이 전부 '일감 몰아주기'다.

이런 얘기를 하면 독자 중 일부는 '그게 왜 나쁘냐'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삼성전자가 제일기획을 세운 이유는 '삼성그룹의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서'였다.

절대로 '너 혼자 잘살아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설립한 회사가 아닌 것이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엘리베이터를 전부 외국기업에 맡기면 안 된다"면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세웠고,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우리가 운송해야 한다며 현대상선을 설립했다.

당시엔 한국 경제에 의미 있는 발자취인 것처럼 소개된 내용인데, 지금은 마치 범죄행위인 것처럼 나오니 일반인들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사실 필자도 일감 몰아주기는 당연히 생길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막으려고 해 봐야 막을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탈세와 불법증여, 이 모든 것들의 뒤엔 일감 몰아주기가 있다.

:: 증여에 활용되는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오너의 가장 큰 고민은 증여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이 회사를 완전한 그대로 아들에게 주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숙제다.

혈연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이란 사회에서, 회사가 아무리 잘 나가봐야 내 아들에게 물려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1998년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사망한 뒤 당시 이인자였던 손길승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유는, 오직 당시 최태원 회장이 너무 어렸다는 이유 하나뿐이다.

손길승 회장의 임무는 '최태원 회장이 더 성장할 때까지 SK그룹을 탈 없이 이끌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던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이 과정에서 무척 중요하게 활용된다.

바로 증여, 오로지 증여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 사례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의 행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대차 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됐다. 당시 현대차 그룹의 모태인 현대그룹은 크게 3개로 쪼개진 상태였다.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으로 구성된 현대그룹, 현대차, 기아차의 현대차 그룹, 현대중공업의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물류를 책임졌던 현대상선이 엄밀히 말해 '남'이 돼버렸다.

이에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란 회사를 세우고 회사의 모든 물류를 맡겼다.

2012년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매출액은 9조 3000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83.2%인 7조 7000억 원이 그룹 계열사들 덕분에 일어난 매출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을 모두 책임지게 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구조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의선 부회장 외엔 정몽구 회장이 11.5%, 현대자동차가 4.9%의 지분을 들고 있다.

사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굳이' 정의선 회장한테 득이 되는 현대글로비스에 물류를 맡길 필요가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덕에 먹고사는 회사인 만큼, 현대차의 지분율이 더 높아도 된다.

그런데도 현대글로비스의 이익은 정의선 부회장 등에게로 가고 있고, 이 이익은 언젠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 때 활용될 전망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이 때문에 나쁘다.
 
:: 중소기업이 훨씬 극심

현대차 그룹과 비슷한 사례는 중소기업에서도 흔히, 아니, 중소기업에서 훨씬 더 자주 발견된다.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누구 하나 '태클' 거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는 주력 계열사가 직접 물품을 팔아도 되지만, 이를 전부 다 외주로 돌린다.

이 외주회사는 중견기업 대표이사 자녀 명의로 돼 있다. 말 그대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5%도 나오지 않지만, 자녀 명의의 계열사는 영업이익률이 20% 가까이 나온다.

영업이익 또한 자녀 명의의 회사가 훨씬 많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크는 자녀 명의의 회사는, 매년 쑥쑥 크고만 있다.

이 중견기업 대표이사는 이렇게 해명한다.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높으면 대기업에서 태클이 걸려요. 이런 식으로 이익을 나누면서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딱히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중견기업 대표이사의 해명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좋으면 대기업에서 딴죽을 거는 것이 현실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과실을 주주가 아닌 오너 가족만 챙기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오너 가종 명의의 계열사에 '뼈와 살을 모두 내주는' 영업방식을 보이고 있기도 한다.

주력 계열사가 A사, 오너 자녀 명의의 회사가 B 사라고 했을 때, A사는 손해를 보면서 B사에 영업하는 것이다.

그럼 B사는 실적이 가파르게 좋아지고, A사는 자본잠식에 빠지고 결국 부도가 난다.

추후 A사에서 원천기술을 사들여 아예 생산까지 맡게 되고, 그게 아니면 그냥 A사를 합병하기만 해도 된다.

이 경우엔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분류되다 보니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증여 또는 상속이다.

세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한국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이 있고, 이 기업을 당국이 모두 관리하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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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쪽~277쪽>

:: 아버지가 피땀 흘려 세운 회사 말아먹은 아들

전자재료 중견기업 중에 S사라는 회사가 있다.

사업경력이 탄탄하고, 좋은 기업이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1973년 설립) 기업이기도 하다.

S사의 예전 사명은 삼성화학공업.

여담이지만 삼성그룹이 삼성 정밀화학을 설립할 때 삼성화학이란 이름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한 이유가 S사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연 매출이 2000억 원 안팎인 기업으로, 최고 전성기는 2009년이었다.

그 당시 매출액은 2100억 원을 웃돌았다.

런데 2009년은 창업주 이모 회장이 직접 나서 일한 마지막 해다.

그다음 해부터 그의 아들인 이모 대표이사가 회사 경영을 도맡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회사는 빠른 속도로 허물어진다.

필자는 오 대표만큼은 정말 나쁜 부자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우연의 일치인데, 책이 출간 절차를 밟고 있는 2013년 6월 14일, 오 대표가 조세피난처에 유령 법인을 세웠다는 사실이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졌다. 나쁜 부자를 제대로 선정했다는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S사의 사례

대표이사가 무능해서 회사를 망칠 수는 있다.

무너뜨리는 것 자체도 나쁜 일이기는 하지만, '능력이 없어 그렇다'라고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오 대표는 2012년 9월, 최종 부도가 나기 수년 전부터 회사의 모든 자산을 빼돌리기 위한 준비를 한다.

유령법인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에 걸쳐 4개 회사를 세웠다.

자산 빼돌리기의 방법은 이랬다.

일단 오 대표는 2011년 회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를 해외에 매각한다.

인수하기로 한 상대회사는 네덜란드 기업이었다.

S사는 매각대금으로 520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매각대금을 수령한 지 1년 만에 부도가 난 것을 보아 매각대금은 회사 측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상으로도 회사로 들어온 흔적이 없다.

추후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총 520억 원 중 193억 원을 받고 영업양도의 건이 종료됐다고 공시했을 뿐이다.

최소 수백억 원이 어딘가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회사로 유입되지 않은 것이 맞다면 전형적인 횡령이다.

더구나 S사는 이 사업부문 외에도 많은 것을 매각 추진 중이었다.

실제로 팔린 것들이 더 있다면, 횡령금액은 '0'이 하나 더 붙게 될 가능성이 있다.

S사는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 사업부문을 매각했다고 발표했는데, 그러면서도 오 대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업 지분을 217억 원에 사들였다.

자금난 와중에도 투자를 한 셈이다. 그것도 오너의 회사를 말이다.

사업상 필요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오 대표로부터 사들인 개인회사 A사가 9개월 만에 부도가 났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회사가 망할 것 같으니 S사에 떠넘겼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 대표는 S사 지분을 11% 정도 갖고 있을 뿐이다. 11% 정도의 지분을 포기하고, 모든 안 좋은 것만 S사에 몰아준 것이다

(그마저도 11%의 지분 중 상당수의 주식을 나중에 몰래 판 것 같다).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부도 과정이다.

연매출이 수천억 원대인 S사는 고작 11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적으로 부도가 났다.

인 투자자와 재정부(재정부는 오 대표가 회사를 증여받을 때 증여세를 주식으로 받았다),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회사 직원들까지 충격 그 자체였다.

회사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대표는 회사가 부도날 당시 한국에 없었다. 홍콩 출장 중이었다고 하는데, 도피성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S사는 청산이 유력하게 검토되다가 살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2013년 6월 현재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

만약 매각에 실패해 청산 결정이 내려지면 주식은 당연히 휴짓조각이 된다.

S사의 부채만 2000억 원이 넘으니까,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은 전혀 없다.

으로 드러난 것들만 이 정도니, 만약 작정하고 뒤집어보면 회계장부와 달리 사라진 자산이 더욱 많을 것임이 틀림없다.

:: 폐업의 기술
 
요즘엔 이렇게 기술적으로 회사를 망가뜨리는 사례가 많다.

오랜 기간 준비하면 빼돌릴 수 있는 자산이 많고, 완전히 망가뜨리면 채권자 입장에서도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포기한다.

그만큼 추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한때 코스닥시장에서는 '고의 상장폐지'가 유행하곤 했다.

오너 스스로 보기에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다.

회사는 망했지만, 오너 대부분은 떵떵거리며 산다.

필자는 그런 면에서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을 좋아한다.

한차례 워크아웃으로 회사가 망했음에도 다시 한번 일으키려고 밤낮으로 뛰고 있으니까.

그것도 삼성전자, LG전자의 틈바구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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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쪽~283쪽>

:: 탈세 비법 총정리

이번엔 중소기업과 자산가들의 탈세 비법을 정리해볼까 한다.

미리 솔직히 밝히자면, 필자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가 절대 아니다.

책을 쓰면서 몇몇 관계자들은 인터뷰하긴 했지만, 세무대리인이나 세무사, 회계사 입장에서 '그들만의 노하우'를 만천하에 공개할 리는 없다.

그리고 아주 내밀한 속사정이 공개되는 것을 과세당국이나 자산가들 입장에서도 반길 리 없다.

이래저래 취재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 세금 그대로 내는 자산가는 아무도 없다
 
세무대리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금을 나오는 그대로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회계작업을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엔 특히나 '탈세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때가 태반"이라고.

중소기업 운영자 입장에서는 굳이 회계사에게 돈을 줘가면서 회계처리를 맡길 이유가 없다.

통상 회계작업을 외부에 맡기면 비용이 최소 300만 원 이상 든다.

외부에 의뢰하는 것 자체가 "세금 좀 줄여달라"는 얘기와 다를 것이 없다.

보통 회계사무소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제 장부와 신고용 장부를 따로 만들어준다.

아주 작은 소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실제로는 30% 가까이 나오는데 신고용 장부에서는 5% 안팎으로 줄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매출이 20억 원, 순이익이 3억 5000만 원 정도 나오는 소기업이라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3억 50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만 1억 2000여만 원에 달하게 된다.

36%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을 2억 원 정도 줄이면 세금은 2000만 원대로 대폭 줄어든다.

사실 순이익을 1~2억 원 줄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그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 친인척 근로자로 올리고, 경비는 부풀리고

가장 흔한 탈세 법은 바로 친인척을 죄다 회사 근로자에 올리는 것이다.

모 중견기업은 회사 임원진에 친아버지와 친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아내, 처제까지 다 등재돼 있다.

한 명당 5000만 원씩 임금을 준다고 가정하면 단숨에 3억 원의 이익을 빼돌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기업의 직원들은 "임원회의가 아니라 가족모임"이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굳이 대표이사 한 명에게 고임금을 주지 않는 이유는 한 명에게 몰아줄 경우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자연스레 자녀도 회사 직원에 포함된다.

필자의 한 친구도 아버지 명의의 회사에서 매달 300만 원의 임금이 나온다 (그는 지금 백수다).

이외에도 각종 '경비 부풀리기'가 있다.

제조업의 경우 가짜 일용직 근로 대장을 만들어 비용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짜 영수증을 모아 차량 유지비, 복리후생비 등을 부풀리는 일이 있고

(이것은 과세당국의 법 강화로 매우 힘들어졌다. 간이영수증은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이는 많이들 알 것이다),

심지어 청첩장을 모아 "주요 고객 자녀의 결혼이라 축의금을 냈다"는 식으로 비용을 늘려 잡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본인 가정의 도우미, 운전기사를 회사 직원으로 돌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계열사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관리하는 것도 흔한 비법 중 하나다 (앞에 자세히 소개돼 있으니 여기서는 이 얘기를 생략하겠다).

계열사를 통해 이익을 나누면 세금 부담이 줄고, 무엇보다 주요 협력업체(대기업)의 단가인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부품 제조업체 사주 A 씨는 더욱 독특한 방법을 쓰곤 했다.

A 씨는 기업이 취득한 고액의 기계장치를 계열사인 자녀 소유 법인에 장기간 무상 대여하는 수법으로 이익을 넘겨줬다.

또 다른 사업가는 자녀에게 기계장치를 사준 후, 기업이 비싸게 임대하게끔 했다.

유령회사를 통해 대금을 수령하는 곳도 있다.

현금거래를 많이 하는 기업의 경우, 직원들 명의로 회사를 세운 후 그 유령회사에 돈을 입금하게끔 하는 것이다.

'모자 바꿔 쓰기'라는 수법도 있다.

개업, 폐업을 반복하는 방법이다.

횟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서울에서 횟집을 운영하면서 지난 2007년 제2기~2008년 제1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에 과세유형을 '간이과세자'로 부가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했다.

그런데 관할 세무서가 이 횟집을 조사해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2005년 제1기~2008년 제1기 과세기간 중 실제로 B 씨가 횟집을 운영하는 와중에 개·폐업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명의자(사업자등록자)가 전환된 점이 발견된 것이다.

개·폐업을 반복하는 동안 명의자는 B 씨의 아들에서부터 시작해 부인과 며느리를 거쳐 다시 B 씨 순으로 돌아왔다.

개·폐업 시점, 명의 전환 시점은 교묘하게도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될 시점이었다.

통상적으로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이처럼 타인명의를 대여, 개·폐업을 반복하며 간이과세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모자 바꿔 쓰기'라고 부른다.

:: 세금 줄이려면 이혼은 기본

탈세 이야기가 너무 자영업자, 사업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 등에 관한 탈세 법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부동산과 관련한 탈세라고 하면 대체로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이 떠오른다.

이외에도 토지 취득 목적을 속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기술이 있다(자세한 얘기는 세무사에게 물어보라).

요즘에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 아예 위장 이혼하는 경우까지 많다고 한다.

절세에 특화된 세무대리인들이 추천하는 것 중 하나다.

지난 2005년 100억 원대 부동산을 팔고도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은 홍모 씨가 이런 경우다.

그는 공소시효를 한 달 앞둔 2013년 1월 말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빌라 17채 등 자산 100억 원 정도를 모두 부인에게 돌려놓고 합의 이혼했다.

고급 승용차는 운전을 못 하는 부인 앞으로 돌려놓고선 매일 홍 씨가 몰았다.

서울시는 이들의 이혼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홍 씨가 부인과 동거하고 있고, 위장이혼을 숨기기 위해 주소를 7번이나 바꿔가며 허위 전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5억 원 이상 체납한 고액체납자는 모두 7000여 명으로, 액수로는 1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위장이혼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위장이혼은 2007년쯤 1가구 2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50% 세율로 중과되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부작용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대부분 아내가 진짜로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재산은 자신 앞으로 돼 있겠다, 꼬장꼬장한 노인네 남편은 밉겠다, 아예 '먹튀'를 작정하는 것이다.

자산가 입장에서는 세금 좀 줄이려다가 이래저래 난리가 나는 상황이다.

한 중견기업에서는 오너가 세금을 줄이려고 주식을 아내 명의로 돌려놨다가 아내가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남편을 이사회에서 몰아내려고 한 일이 있다.

사실 그 중견기업의 경우 남편이 잘못했다.

아예 대놓고 '작은엄마'라며 첩을 집안으로 들인 것이다.

아내는 물론 자식들까지 반발해 큰 상처를 남겼다. 시끄러운 집안싸움 끝에 그 기업은 매각 순서를 밟고 있다.

대한민국의 슬픔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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